아내와 함께 처갓집에 다니러 간 날이었다.
작은방에 들어간 아내가 한참을 나오지 않고 혼자서 자꾸만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.
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는 걸까 궁금해하고 있는데
한참 후 아내가 방에서 나오며 작은 노트를 한 권 보여 주었다.
“이게 뭐야?”
아내가 깔깔 웃어대며 말했다.
“내 동생 일기장.”
“처제 일기장을 왜?”
그러자 아내가 더 즐거워하며 말했다.
“여기 한번 읽어봐. 미숙이가 당신 처음 본 날 쓴 거야.”
“당신은 어떻게 처제 일기장을 훔쳐보고 그래!”
“글쎄 한번 보라니까.”
그래도 마냥 신난 아내는 계속해서 처제의 일기장을 들이밀었다.
“이거 정말 봐도 돼?”
남의 일기장을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도
나에 대한 첫인상이 적혀 있다는 말에 궁금증과 기대감이 스멀스멀 일었다.
막무가내 건네는 아내의 권유에 못 이긴 척
처제의 일기장을 받아들고 아내가 펼쳐준 페이지를 봤다.
나를 처음 본 날 쓴 일기라고 한다.
그날의 일기는 짧게 한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.
‘아무래도 언니가 미친 것 같다.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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